교통사고가 났다.
올해부터 친가에서는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어르신들 연세도 있으시고,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덕분에 이번 설 연휴에는 외가 쪽 일정만 신경 쓰면 됐고, 차례를 지내기 위해 오후 4시쯤 출발했다. 원래대로라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탔겠지만, 연휴 교통 체증을 피하려고 부여-평택 고속도로를 선택했다.
그런데 눈이 정말 많이 왔다. 출발할 때만 해도 쌓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갈수록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도착까지 30분 정도 남았을 때 국도로 빠졌는데, 이미 도로에는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고, 커브길이라 속도를 많이 줄인 상태였다.
그러던 중, 앞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반바퀴를 돌았고, 결국 도로 옆 도랑으로 빠져버렸다. 다른 운전자들이 나서서 도와주고 있었고, 우리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차에 스프레이 체인을 뿌리기로 했다. 충분히 뿌린 후, 앞차에도 도움을 주고자 체인을 전달했고, 다행히 차량은 도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앞차가 가려던 길은 오르막길이라 운전자가 도저히 못 갈 것 같다고 판단했는지 유턴을 시도했다. 그런데 유턴 후 방향을 잡는 중에 미끄러져 그대로 우리 차와 충돌했다. 다행히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라 큰 충격은 없었지만, 빙판길이라 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보리도 놀랐는지 짖지도 않고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급히 보험 처리를 하고 렉카를 불렀는데, 한참을 기다리던 중 렉카 기사님이 대설 특보로 인해 교통이 통제됐다고 알려주셨다. 심지어 대설 재난 문자까지 돌았다고 한다. 결국, 사고 현장만 촬영해두고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앞차는 아래로 내려갔다.
그때 마침 옆 차선에는 제설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우리도 렉카가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위쪽으로 가는 건 힘들겠다고 판단해 아래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제설된 도로로 진입하려던 순간, 미끄러운 눈길이 나 있는 곳에서 갑자기 바퀴가 헛돌았고,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차가 미끄러졌다.
이번엔 우리가 앞에 있던 모닝과 충돌했다. 다행히 모닝 차주분이 나와 계셨고, 급히 우리 차를 밀어주신 덕분에 더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았다. 또 모닝의 오른쪽 앞바퀴가 틀어져 있던 덕에, 우리 차의 범퍼와 모닝의 바퀴가 접촉하면서 모닝 차체에는 큰 손상이 없었다. 차주분께서도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하셔서, 우리는 조심히 도로를 빠져나오기로 했다.
평소엔 사고 한 번 없던 차였는데, 하루 만에 두 번이나 사고가 났다. 부여 쪽 도로에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후로는 사고를 막기 위해 정말 천천히 달렸고, 할머니 댁은 시골길이라 도저히 진입이 어려워 근처 삼촌 댁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30분. 정말 길고도 힘든 하루였다. 나는 조금 추운 것 말고는 괜찮았지만, 오빠도 꽤 긴장한 듯했고, 엄마는 순간적으로 공황 상태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내일 병원에서 진료를 볼 수 있다면 잠깐 들러야 할 것 같다.
눈이 많이 오는 날 왜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는지 몸소 체험한 하루였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노력했고, 이제서야 상황이 정리되어 이렇게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내일은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번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야겠다. 어쩌면 하루 종일 도로 위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연휴에 대설은 진짜 힘들다.. 제발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ㅎ
'Diary > 2025.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Diary] 2024.01.26 (3) | 2025.01.27 |
---|---|
[Diary] 2025.01.25 (1) | 2025.01.26 |
[Diary] 2025.01.24 (0) | 2025.01.25 |
[Diary] 2025.01.22-23 (0) | 2025.01.24 |
[Diary] 2025.01.21 (0) | 2025.01.22 |